연인이 저들의 세계를 종말시켰던 이유는 순전히 현실을 살아가고 싶음이었다. 커다란 덩치가 작은 덩치를 끌어안고 밤새 조곤조곤 사랑을 속삭였던 그날을 기점으로 두사람은 사랑을 잃었다. 굳이 정정하자면 사랑을 저들의 손으로 박살내버린 것이다. 두사람은 후회와 그리움이란 이름을 단 피라냐에게 물리고 뜯기리라는 것쯤은 알았다. 달빛마저 숨죽인 새벽 중에 제 곁에 ...
오이카와는 무기력하게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다. 중지가 까딱이는 속도는 무서우리만치 일정했다. 한 손으로는 턱을 괴고는 어둠 속 저만 이기적으로 밝은 모니터를 응시한 채, 오이카와는 아닌 새벽 중에 인터넷만 무료하게 뒤적거렸다. 그러던 중 오이카와는 불가항력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뭘 찾고 있는 거지. 딱히 자극적인 기사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니다. ...
어린 소녀는 살아있는 무덤으로 갔다. 소녀는 격려하듯 어깨를 다정하게 쓰다듬던 손길을 기억했다. 자아, 히토카. 아빠는 항상 옳은 말만 한단다. 저 아줌마 따라가면, 히토카는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어. 한번도 들어본 적 없던 아빠의 애정 담은 목소리. 알코올이 쉼 없이 긁고 지나갔가던 성대는 늘 거칠고 걸걸한 목소리만 냈었는데. 야치는 제 어깨에 얹어진 ...
선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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